박상도를 기억하십니까.
80년대 MBC 인기드라마 ‘암행어사’에서 주인공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삿갓을 쓰고 등장해 상대를 제압했던 무술인이 바로 박상도. 20여년이 흐른 지금 당시 박상도 역을 맡았던 주인공은 ‘정도술’의 달인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전체 무술인의 단합을 위해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안길원(61) 일인정사. 신술 봉술 검술로 이뤄진 고유무술인 정도술의 국내 최고수다. 지난해까지 호국무인총연합회를 비롯해 정도술세계연합회,대한민국무술총연합회의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그는 지난해 말 모두 후배들에게 넘겨주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북 고창 출신의 안씨는 친형이자 장손인 안일력씨(96년 작고·대명술)로부터 정도술을 사사했다. 17세이던 58년 상경,응암동에 군용텐트를 차리고 수련했으며 59년 어렵게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 안씨는 명동 종로 등을 옮겨다니며 모두 7차례의 ‘싸움 관문’을 통과,사범의 호칭을 얻었다.
63년 성동경찰서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할 대결. 온몸이 부상 중임에도 잘나가던 당수도 사범과 ‘맞장’을 떠 이긴 그는 이후 경찰서 후원으로 한?^중 무술대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게 된다.
제1회 전국무술대회(76년)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92년 세계무술총연합회를 발족하기까지 전체 무술인들의 단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77년 청와대에서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와 함께 시범을 보여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고,78년 육본 특별경호대 2기생 교육 및 3공수 여단 교육을 통해 특공무술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초의 영화 및 드라마 무술지도자로도 유명하다. 67년 영화 무술사범으로 첫선을 보인 그는 50여편의 영화는 물론 69년 최초의 무술드라마 ‘녹슬은 단검’(KBS) 등 30여편 드라마에 출연했다. 70년대 묘기대행진에서는 10m 높이의 남한산성 정각에서 뛰어내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돈이 아니라 정도술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국적으로 50여만명의 후배를 양성했다는 그는 자신의 무술을 ‘버드나무’에 비유했다. 그는“다른 무술인과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몸놀림이다. 바람이 불면 버드나무 가지는 전체가 흔들린다. 한몸으로 흔들리면서 자기를 지키고 상대의 약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최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