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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 강해 상사·동료와 갈등
조금만 힘들면 못 버티고 사표
직장인 강모씨(33 · 여)는 한 달 전 회사에 사표를 냈다. 최근 1년간 두 번째 사표다. 그것도 대기업과 방송국 등 요즘 같은 실업난에 남들이 죄다 부러워하는 회사다. 강씨가 밝힌 퇴사 이유는 '불공평한 인사'.영어,일본어,독일어까지 능통한데 기획이나 마케팅 업무가 아닌 '전화나 받는' 비서 업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팀장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강씨는 우울증에 걸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 배치는 회사 본연의 권리"라며 "강씨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격 때문에 불화를 일으키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A대기업 K부장은 "명문대 출신에 토익 900점 등 스펙에선 남에게 뒤지지 않지만 대인관계를 유연하게 맺지 못하는 내성적인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며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런 사원들을 관리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B대기업 스트레스 상담실 관계자는 "주된 상담층은 40대 초 · 중반이지만 최근에는 입사 5년 미만의 젊은 사원들의 상담 요청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휴직을 신청한 20~30대 사원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사유로 들고 있으며 이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게 상사 및 동료들과의 갈등"이라고 전했다.
한국 직장사회에 '미성숙 우울증' 신드롬이 퍼지고 있다. 미성숙 우울증은 사회 초년생에 해당하는 20~30대가 겪는 우울증의 하나로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일본 언론이 자주 쓰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업무를 맡지 못하거나 강압적인 지시가 내려오면 곧잘 스트레스 증상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면서 이직하거나 아예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미성숙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일반 사회활동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으나 직무 관련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성이 약해 일을 쉽게 그만둬 버리는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기보다 사회나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고 인터넷을 통해 우울증세를 확인하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초 · 중 · 고교 교육과정에서 집단체험을 통해 '참는 것'을 배우지 못한 젊은층이 취직해 선후배와 갈등이 쌓여가면서 나타나는 게 미성숙 우울증"이라며 "기업들은 인재 양성의 관점에서 미성숙한 사회인을 성숙한 조직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국내 20~30대 직장인은 단군 이래 경제적으로 가장 윤택한 시기를 보낸 세대로 세상풍파를 경험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심리적 복원력(Resilience)이 취약하다"며 "요즘 신세대 직장인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회사문을 뛰쳐 나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멘토링을 강화하는 등 신세대 개인주의 성향의 순기능적인 면을 업무능력 향상에 조화시키는 데 간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