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가 "너 싸이홈피에 사진 올린 거 봤다" 로 바뀌었다.
"나중에 연락해" 도 "방명록에 글 남길게" "너 홈피 주소 뭐냐?" 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인사가 다 바뀌었다. 필수품은 디지털 카메라. 결과물은 싸이월드에 올릴 거란다. 싸이월드가 이야기의 반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온라인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익명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설령 실명을 밝힌다 하더라도 그 많고 많은 네티즌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헌데 싸이월드는 온라인만의 산물이 아니다. 비록 그것이 웹상에 올려져 있을지라도 싸이월드의 핵심인 '인맥'은 오프라인에 존재한다. 온라인이면서도 오프라인이다. 바로 여기서 싸이월드의 이중성이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인간관계'는 1촌이라는 이름으로 '몇명' 이라는 숫자로 나타났다. 미니홈피의 카운터와 스크랩 숫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찾고 있는지 말해준다. 1촌을 맺기에 어정쩡한 관계라 할지라도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다. 싸이월드에 2촌이나 3촌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설령 있다고 해도, "널 1촌으로 받아 들일수는 없어. 우린 그다지 친하지 않잖아?"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비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사회에 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따위로 관계를 나누려면 싸이월드의 시스템은 폭발해버리고 말겠지.
오프라인에 발판을 둔 미니홈피의 모습은 누구 말대로 아름답고 멋진 것만이 가득한 놀이동산이다. 머리 아픈 것 따위는 없다. 그냥 놀고, 즐기면 된다.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놀이동산을 부러워 하고 자신 또한 자신만의 놀이동산을 만들어간다. 즐거웠던 일, 재미있었던 일,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 그러한 것들을 '이미지'로만 표현해간다. 더더욱 아름답고 더더욱 멋지게. 그래서 내면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는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라고 물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로만 소통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지로 설명하기 좋은 것이 있으면 텍스트로 설명하기 좋은 것도 있는 법이다. 매일 무겁고 깊은 얘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가볍고 재밌는 것만 보려고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싸이월드의 문제인건가?" 라고 되물을 수 있겠지.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어떻게 할텐가. 그 이미지 위주의 소통방식이 오프라인의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어떻게 할텐가. 그리고 실제로도 대부분이 그 목적으로만 쓰여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할까.
친구의 미니홈피를 돌아다니는 당신. 과연 지금 덧글을 다는 그 사진의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는 것인가? 과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방명록의 주인에게 그 말을 꼭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인가? 그 말을 꼭 하고 싶은 것인가? 말하기 위한 것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방명록에도 글을 남겨주기 위해서는 아닌가? 일촌들의 방명록에 똑같은 내용으로 써대는 것만으로도 헉헉대지 않았는가? 과연 지금 니가 머물고 있는 그 홈피의 주인, 너의 1촌이 맞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맞나? ....아니면 이름만 그런거야?
열심히 자신의 홈피를 꾸미는 당신. 그건 정말로 너의 이야기인가? 과연 그것이 너인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만 붙여다 놓지는 않았나? 일촌의 숫자를 늘리는 데에, 카운터의 숫자가 늘어 나거나 줄어드는 데에, 너 자신의 관심사보다 사람들이 스크랩 할만한 컨텐츠들을 올려놓는데에 신경쓰고 있지 않나?
당신은 지금 싸이월드라는 '육성게임' 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의 모든 것이 수치화되며, 오프라인의 관계보다 훨씬 가식적이고 피상적이다. 그래. 이것이 내가 싸이월드를 싫어하는 이유다.... 게다가.. 정말로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동급화 해버리는 그것이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오프라인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좀더 편안해진다고 할까.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완벽히 엮으려는 것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는 없다. 싸이월드는 그것을 시도했다. 허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신이 동일시 된다면 어느 누구도 오프라인의 좋지않은 자기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예쁜 모습만 보여준 그것을 진짜로 여기고 싶어하니까. 물론 돈은 될거다. 동일시 되는 온라인의 자신을 위해 몇 천원정도야 껌값 아닌가. 하지만 "예쁘지 못한 자신" 이나 "내면의 이야기"는 영영 파묻혀 버리고 말겠지. 또한 '온라인 = 오프라인' 은 시도자체가 무리다. 온라인은 온라인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오프라인은 오프라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것을 하나로 합치려고 하면 할수록 왜곡된 부분은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다.
우리 태동인들도 한 번쯤 돌이켜 보았으면 좋겠다.
동아리 활동에는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사진첩에 태동인들의 사진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운동할 시간은 없으면서 방명록에 답글을 달고 있지는 않은지....
회식자리나 무슨 행사때만 오면서 1촌 등록해 놓고 선배랍시고 알짱거리지는 않는지...
동아리 후배가 죽었다고 할 때는 동방에 얼굴도 비추지 않던 녀석들이 깜빼 생일이라고 하니까 놀거리 생겼다고 하니 모이는 꼴이 우스워서 싸이를 빗대어 쓴소리 남긴다.
후배들, 선배들, 동기들 싸이월드에 하나씩 찾아가 안부인사하면서 어찌 전체가 한 번에 볼 수 있는 태동 홈페이지에는 인사조차 없는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문이다.
나도 잘난 것 없는 인간이고 뭐라할 자격도 충분치 않지만, 태권도동아리가 자꾸만 다른 형태의 그것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에 남기는 푸념이다.